유학 후 이민 vs 취업 이민
캐나다에 살고 싶은 이유나 목적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볍게 해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혹은 자녀 교육을 이유로 기러기 생활을 감수하거나, 처음부터 이민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캐나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임시비자 중 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의 장단점을 살펴볼까 합니다.
30세 이하라면 우선 워킹 홀리데이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워홀 비자는 캐나다와 한국의 협정에 의해 청년들에게 양국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비자로 1년간 체류하며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습니다.(일부 직종 제외) 워홀 비자로 가장 많이 경험하는 일은 요식업, 관광업종입니다. 여행도 하고, 서버나 바리스타 등의 알바를 하며 여행 경비를 보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수 개월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캐나다에 살고 싶게 되어 비자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이민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워홀 비자 기간은 잘만 활용한다면 캐나다 이민에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LMIA 지원없이 바로 일을 할 수 있으므로 취업도 수월한 편입니다. 이 시기를 차후 비자를 스폰해 줄 가능성이 전혀 없고 영주권과 연결이 어려운 곳에서 모두 허비하고 만료 직전에 급하고 절박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미리 계획을 세운다면 훨씬 수월하게 좋은 고용처를 찾을 가능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를 해왔거나, 공부가 목적이라면 유학이 장기적으로 나은 투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 정보가 부족하고 계획도 불투명해서 다른 옵션을 고려해 보지도 않고 학생 비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는 한국에서 믿을 만한 고용주를 찾아 잡오퍼를 받는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거나 악덕 고용주를 만날까 두려워 일단 공부를 시작합니다. 첫 캐나다 입국을 위해,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쌓는다는 면에서 학생 비자로 입국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본과에 진학하면 배우자는 Open Work Permit을 받고 자녀는 공립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에 따라서는 정규과정이 아닌 ESL과정도 자녀 학비를 면제해주기도 합니다.
캐나다 입국 후부터는 목적없는 공부를 지속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원하는 전공을 하면서 영어 성적이 CLB 7이상이며 나이도 30대 초반이라면 졸업 후 취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는 주에 관계없이 연방 Express Entry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영주권 취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며, 나이가 많고 영어도 뛰어나지 않은 대다수는 학생 비자를 하더라도 차후 영주권 신청의 기회를 고려해서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기혼자인 경우, 공부하는 동안 배우자가 영주권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취업은 엄두가 나지 않고, 일단 공부를 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여 막연한 희망을 갖습니다. 정규 과정 졸업자에게 주어지는 PGWP를 받으면 취업이 될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실상은 졸업을 해도 영주권을 스폰해 줄 고용주를 찾지 못해 다른 전공으로 학교를 또 가거나 부부가 번갈아가며 공부하면서 5 - 10년의 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PGWP는 다른 비자에 비해 고용주 찾기가 수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유학을 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과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A씨는 온타리오에서 항공 정비를 전공한 40대 초반의 가장입니다. 한국에서 유학 후 이민에 대한 안내를 받고 ESL과정을 등록하여 입국하였습니다. 막상 공부를 해보니 너무나 힘겨웠고 어렵게 졸업은 했으나 2년 간 정규직 취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희망 고문처럼 임시직이나 파트 타임을 겨우 구했다가 유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캐나다에 적응된 자녀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하고, PGWP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초조한데 영주권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마침내 A씨는 전공 관련 취업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영주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A씨에게 알버타 이민은 사기가 아닐까 의심이 갈 만큼 쉬웠습니다. 온타리오에서는 그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던 LMIA 지원 가능한 고용주를 찾는 데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A씨는 결국 전공과 무관한 Retail Store Supervisor로 LMIA 를 통한 취업 비자로 변경 후 주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주정부 승인 소식에 너무나 기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허탈해 하였습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부였고 그 다음 힘들었던 것은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결정을 하는 것이었다고, 처음부터 알았다면 수 년간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치고 전공을 살려 취업할 자신이 있다면 유학에 들이는 돈과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A씨처럼 영주권을 위해 전공과 무관한 취업을 하게 되어 결국 수 년 후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니 처음부터 정확한 목표설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캐나다 이민은 크게 유학 후 이민과 취업 이민으로 나눠집니다. 유학 후 이민도 졸업 후 취업이 되어야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유학 후 이민은 결국 유학 후 취업 이민인 셈입니다. 이민을 하겠다는 목적이 정해졌고 지금 내가 하는 공부가 영주권만이 목적이라면 하루 빨리 가능한 이민 프로그램과 취업의 길을 찾아보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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